인생
가슴 떨려 밥맛이 없고
마주 잡은 손 놓기 싫던 시절은
순간처럼 후딱 지나고
천날만날 마주 볼것같던 이를 땅에 묻고
이런저런 핑계로 가보지도 않고
가슴 떨릴일도 없는데 여전히 입맛은 없고
후루룩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이 시리다
주위엔 성한 이보다 아픈이가 더 많고
난 팔순 노모보다 아픈데가 더 많다
다행히 살가운 애들이 날 건사한다
뭘 열심히 하다가도 이게 뭐가 되긴되려나 무기력해지고
새로 사온 방향제는 몇분마다 제가 알아서
퓨숙하고 좋은 향기를 뿜는다
참 요상한 물건이다
늙은 선생에게 배우러 오는 어린 학생이나 부모에게
퀴퀴한 냄새가 나면 안되니까
청국장도 레슨 없는날만 끓이긴 해도 냄새는 날 테니
어김없이 아침이 선물처럼 내게 와주고
난 어제 쓴 글을 홈페이지에 올린다
오늘은 평상시 복용하는 약 리필하러 가는 날
고마운 둘째아이가 제 신용카드를 차에 슬쩍 갖다 놓았다
내 인생길에 그 아이가 내딸이라 감사하다
십이월이 생일인 그애에게 그애 야외 웨딩사진을 그려서
선물하려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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