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 바보, 멍청이
난 내가 참 명민하다 생각했습니다
국민학교때 담임선생님 심부름을 종처럼 했었죠
숙제도 죽어라 했습니다. 무서운 아버지 땜에
그래도 중간이었습니다
등신
야한 생각을 한것도 아닐텐데
국민학교 육한년초에 월경을 시작했지요
그걸 제대로 처리못해
장미빛 꽃물을 온 사방에 묻히고 다녔습니다
바보
내속의 병마와 사투 사년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 가 굿을 하셨던 나의 어머니
긴 투병 중 알곡과 가라지가 가려지던 이웃
난 멍청이였습니다.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었으니까요
그 등신, 바보, 멍청이가
벌써 오십을 훌쩍 넘어
훈장처럼 얼굴에 주름이 있네요
이제는 더 이상 등신, 바보, 멍청이가 아닙니다
나는 사랑하는 부모님의 딸이요
두 동생의 누이요
네 자녀의 어머니입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모하는
아직 어린 소녀지요
단숨에 마셔버린 달콤한 칵테일 잔속에
내 그리운이의 미소가 보이고
아직 수첩속에서 웃는
내 젊음이 있는한
난 등신, 바보, 멍청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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