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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막내 희정이 맥주병 탈출기

송정희2017.05.10 06:57조회 수 2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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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희정이 맥주병 탈출기 (수필)

 

아이 넷의 엄마로 살면서 좌충우돌 재밌는 일도, 힘든 일도,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그중 몇가지는 그때 그렇게 하길 참 잘했다 싶은것들이 있어요. 부모는 자식에게 가장 첫번째 스승이라쟎아요.

가장 먼저 눈을 맟춰 웃어주고, 옹알이를 받아 주고,사랑한다는걸 보여주고, 걸음마를 가르치고, 수저를 쥐어주고, 칭찬받을때와 혼날때를 알려주는.

저는 저의 아이들에게 첫번째 음악선생이었고 수영을 가르쳐준 사람이 되었습니다.

숫자도 셀줄 모르는 서너살때 아이를 안고 피아노에 앉아 음을 들려주고, 다섯살때 즈음부터 바이얼린 활을 쥐어주었죠.

초등학교 시절 수영장에 데려가 물에 뜨는것과 수영하는것을 가르쳤습니다. 물론 아이들의 자유의사와는 무관하게 말이죠. 명은,지은, 주환이는 한국에서 수영을 배웠죠.

특히 막내는 초등학교 일학년에 미국을 와서 우리 가족은 모든 이민가족이 그렇듯이 미국생활에 적응하느라 몇년간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희정이가 오학년 여름 난 결심을 했죠. 이번 여름방학엔 수영을 가르치기로요. 그땐 근처에 밸리휫니스라는 헬스센터가 있었어요. 지금은 모두 없어지고 LA 휫니스와 라이프타임같은 대형 헬스센터가 생겼지만요.

그런데 어느날 그곳에 가니 문이 닫혀있고 안내문이 붙어있는겁니다.건물주와 임대계약이 성사되지않아 부득이 그곳을 폐쇄하고 지미카터나 스톤마운틴 근처의 밸리휫니스를 이용해야한다는.

기가 막혔지만 나와 희정인 이미 일년을 계약했기때문에 지미카터에 있는 곳을 이용하게 되었죠.

집에서 오분이면 가던곳을 삼십분을 운전해서 가게 되는 불편함. 그래도 아이를 데리고 수영을 가르치러 다녔습니다.

근처에 있던곳의 풀장은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걸어갈 수도 있는 깊이인데 새로 간곳은 중간이 깊어 내발도 닿지 않는다는걸 몰랐죠. 아직 키보드를 붙잡고 발차기를 하던 희정이를 그날은 키보드를 떼고 갈수 있는데 까지 가보라고 하고 난 혼자 수영을 했죠.

반환점을 돌아 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거예요. 그래도 한바퀴를 마쳤는데 어떤 나이드신 남자분이 네게 가까이 와서 소리를 지르는겁니다. 희정이는 물밖에 나와 울고 있고.

그제서야 무슨 일이 생긴걸 알았죠.

희정인 풀 중간쯤에서 잠깐 쉬려고 다리를 뻗었는데 밑은 발이 닿질 않고 놀란 마음에 허우적대며 물을 꼴깍꼴깍 먹고.

그걸 보던 그곳 직원인 그분이 뜰채 비슷한 걸로 희정일 밖으로 끌어냈고요.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죠. 그제서야 풀장마다 다른 구조를 가질 수 있구나 알았죠.

머리가 땅에 닿을 만큼 숙여 사죄를 하고 울고 있는 희정일 안고 다독였습니다.

근성있는 희정인 그만 하겠다 안하고 다시 키보드를 잡더군요. 죽을 고비를 나름 넘겼을 터인데.

그렇게 한시간을 더 수영을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다음주 토요일 다시 희정이와 그곳에 갔을 때 너무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희정이가 키보드 없이 멈추지 않고 혼자 반대쪽까지 수영해서 가는 겁니다.

그때의 희열 그리고 감격. 역시 내딸이구나 싶은.

그렇게 다섯번의 렛슨만에 그 아이는 홀로서기를 하고 나와 나란히 자유영을 즐기게 되었죠. 물에 빠졌던 경험이 그 아이를 남보다 빨리 수영을 할 수 있게 만들것이죠.

그 후에 중학생이 되어 체육시간에 신체에 대해 공부를 하며 그 당시 수영배우기를 너무 잘했다고 말하곤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이지만 희정이에게도 내게도 잊지 못할 해프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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