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12) / 송정희
캘리포니아에서 온 두 산악인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서둘러 북쪽으로 떠난다
오늘 걸어야 할 14마일
혹시 비라도 만나면 지체될 수 있으니 단단히 채비를 했다
배낭 오른쪽 주머니에 물 한통
배낭 왼쪽 주머니에 지도와 연필
배낭 맨 왼쪽에는 우의를 넣었다
비가오면 바로 꺼낼 수 있게
제법 도보 산악인 냄새가 풍긴다
길가에 산딸기로 허기를 채우고
대신 산딸기에 기생하는 아주 작은 벌레들은
내 팔과 다리를 뜯는다
우리는 이렇게 공생을 한다
나무와 나무사이에 밤새쳐저 있는 왕거미의 거미줄에 이마가 자꾸 걸린다
놀랜 왕거미가 숨은 나무사이로 햇살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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