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3) / 송정희
제법 길었던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다
자르기 전 미용사가 몇몇의 짧은 머리를 한 모델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중 하나를 내가 찜했다
그 예쁜 모델처럼 되기를 바라며
뭉청뭉철 짤려나가는 머리카락이
슬그머니 아깝기도 했지만
까짓거
예뻐진다는데
실소가 나왔다
내 나이가 얼마냐고
그 모델은 겨우 스무살 되었을까
허락도 안했는데 코팅에 염색까지
날 위해 했단다
대충 눈알을 굴려 계산을 해보니
엄청난 액수를 난 오늘 머리에 부었다
그 모델 같지만 않아봐라
벼르면서
오전 내내 미용사는
내 머리를 주물렀고
지루한 몇시간이 흘러서야
나는 짧은 내 머리를 만났다
괜찮네 괜찮아
거울 속에 보이는 것은 그 예쁜 모델이 아니라
오십이 넘은 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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