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필연

송정희2017.06.14 10:28조회 수 30댓글 2

    • 글자 크기

필연

 

천년전쯤 내가 여기 있었나보다

처음 오는 길이 이리도 익숙할까

길끝의 고목이 날 아는체하고

우린 알 수 없는 언어로 인사를 한다

 

작은 호수였던 못이 물이 마르고

늙고 병든 짐승이 거죽과 해골을 남기고

한때 청명했던 잔 파도의 소리바람만

빈 못에 처량하다

 

휘리릭 지나가는 바람이

잊혀진 이름을 불러줘도 난 기억못한다

그저 이곳만이 익숙할 뿐

왜 오랜 시간을 걸어

다시 이곳에 왔을까 나는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2
  • 저도 데자뷰 같은 현상을 사람으로 경험한 적이 있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통로 건너 편에 앉은 사람이 

    너무 익숙해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더니

    어쩌면 그쪽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구요

    그런데 지연 혈연 심지어 사돈에까지 훝었지만 공통분모는 없었어요


    음료수랑 계란을 대접하며

    나는 채무자 당신은 채권자 였던 것으로 결론내며 웃었던 기억이 나요.


    '필연'은 개인적으로 제 취향입니다.

    묘사된 단어나 전개가

    아름답기보다는 그로테스크하고

    활기가 넘치기 보다는 삶의 고단함에 지치고

    밝은 미래보다는 놓쳐버린 과거의 일들에

    천착하는 편이거든요


    마른 빈못에 죽은 짐승의 사체...

    그 순간 나를 스치는 섬뜩한 바람...

    그 때 죽고 싶을 것 같아요


    '필연' 여행 너무 좋았어요.






  • 송정희글쓴이
    2017.6.14 21:19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랫만의 친구같은 댓글 감사해요.

    그리고 무사히 컴백하셔서 더 좋구요'

    가끔은 이렇게 슬픈글이 써지네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76 오늘아침의 기적1 2019.12.21 18
975 배롱나무꽃1 2017.08.18 36
974 지금 그곳은1 2018.03.22 9
973 나에게 주는 선물1 2017.03.19 31
972 2018 문학회 출판기념식과 문학상 시상식을 마치고1 2018.11.21 26
971 살다보니1 2019.09.02 18
970 등나무꽃1 2018.04.13 20
969 나의 하루1 2020.01.12 38
968 ASHLEY(애슐리)1 2018.03.22 16
967 나의 꿈에1 2017.05.13 25
966 정월을 보내며1 2020.01.30 107
965 레몬씨1 2017.03.21 14
964 응원1 2018.08.27 14
963 비가 올듯 말듯1 2017.08.30 17
962 내 어머니 김남순씨1 2019.05.12 32
961 서머 타임1 2017.03.21 21
960 마지막 포도의 희망1 2017.07.27 28
959 2월 월례회를 마치고1 2018.02.19 28
958 기다림1 2018.02.19 26
957 오늘의 소확행(유월 십삼일)1 2018.06.13 30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