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버릇
여덟살이나 아홉살쯤의 겨울이었나보다
벽에 걸려있던 어머니의 오버 주머니에서
백원짜리 지폐를 꺼냈던 일이
그게 나의 첫번째 훔치지였다
이틀을 꼬박 어머니의 반응을 살펴도
어머닌 돈이 없어진걸 모르시는 눈치였다
그제서야 나는 그 돈을
큰길가에 있는 가게에서 쓰기 시작했다
큰돈을 가져온 나를
그 가게 아저씨는 약간 수상한듯이 보셨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평소 사고 싶은것들을 샀었다
동생들과 함께 방을 사용했던 나는
산 물건들을 감추는게 더 큰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동생들에게 사온 과자를
나눠주고 입을 막아 버리기로 했다
그후로 나는더 대담해져서
아버지의 바지주머니도 뒤지고
삼촌의 잠바주머니도 뒤졌다
어느날 저녁 아버지가 우리 삼남매를 호출
난 떨리는 맘으로 이제 올게 왔구나
반 체념을 하고 있는데
바로 밑 남동생을 아버지께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떄리시는게 아닌가
깜짝 놀랬었다
동생의 이실직고가 시작되는데
누나가 먼저 그랬단 말이야
결국 우리 셋은 단체로 종아리를 대청마루에서 맞고
동네가 다 알게 되었다
막내는 누나와 형 잘못둔 죄로 맞고
그렇게 몇개월간의 나의 손버릇은
파국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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