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12) / 송정희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봉산 1동에서 살던 오래된 함석 지붕집을
비가 오는 밤이면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던 함석 지붕집
소나기가 오던 밤
6.25 사변 피난 때 듣던 총알소리 같다며 어머니가 이야기 해주셨지요
부엌 옆 사랑채 앞으로 수채구멍이 있었고
그 질펀한 흙 위로 창포가 수북히 자랐지요
그 길고 억샌 잎파리를 꺽어 물에 삶아 우려서
그 물로 지극 정성 제 머리를 감기 셨던 어머니
싫다는 내게 역정 한 번 안내시고 아직 덜 식은 창포물을 식히셨습니다
이제 많은 기억을 잃어버리신 나의 어머니
괜찮아요
어머니의 잊어버린 기억들이 제게 왔네요
창포물로 머리를 감기시고 참빗으로 빗기시며
못난 딸을 곱게 길러주신 나의 어머니
그 함석지붕집에 사셨던 나의 어머니는
그 동네에서 제일 이쁜 어머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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