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자화상 (2)

Jenny2016.10.20 09:17조회 수 13댓글 0

    • 글자 크기

자화상 (2) / 송정희

 

거의 반년만에 지아비 산소에 왔다

막내가 꽂아두고 간

생명없는 꽃이 날 반긴다

사랑하는 남편 좋았던 아버지라는 묘비의 글귀가 날 보고 웃는다

늘 잔디 손질이 잘되어있는 공원이다

 

간이 돗자리를 고루 펴고

작은 병에 덜어온 소주를 묘에 골고루 붓는다

생전에 마누라보다 더 좋아했던 소주를

술은 묘에 붓고 쥐치는 내가 먹는다

그럼 나눠 먹어야지

 

네 살 연하였던 나의 지아비는

마지막 본 후 훌쩍 오년이 더 늙은 나를 기억하려나

지아비 목소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생전에 녹음이라도 해둘 걸

부질없는 후회를 하며 술을 마저 다 붓는다

 

미안해요

너무 뜨거워서 가야겠어

자주 오도록 할게요

더 있고 싶은데 너무 덥네

괜히 변명이 길어진다 붙잡지도 않는데

당신 없이 사는게 고단하네요

또 올게요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16 비내리는 밤에1 2019.08.27 40
1015 오늘의 마지막 햇살1 2018.03.23 40
1014 보경이네 (12) 2016.11.01 40
1013 십년뒤에도1 2020.02.02 39
1012 통역이 필요한 아침1 2017.07.19 39
1011 아침인사 2020.02.29 38
1010 영어 귀머거리 2020.02.12 38
1009 비오는 아침 2020.02.12 38
1008 치과에서2 2016.10.20 38
1007 배롱나무꽃1 2017.08.18 37
1006 나의 새 식탁2 2017.06.21 37
1005 첫사랑 충한이 오빠 2017.05.10 37
1004 문학회 모임 (오월 이천일십칠년)2 2017.05.08 37
1003 선물 2016.11.15 37
1002 부정맥 (2)1 2016.10.10 37
1001 고단한 삶 2020.02.28 36
1000 부정맥2 2019.11.17 36
999 시월이 남긴 것들 2019.11.01 36
998 할로윈의 밤 2019.11.01 36
997 겁이 많은 강아지 까미 2019.09.20 36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