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4) / 송정희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내가 국민학교 학생일 때 엄마의 화장품 그릇은 내 호기심의 보석 상자였습니다
분첩을 열면 풍기던 그 향긋한 분냄새 내 작은 볼에 살살 두드려보며
훌쩍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러 색깔의 립스틱을 차마 내 입술에 그려보지 못하고 작은 손거울을 보며
그리는 흉내만 냈습니다.
눈썹그리는 연필로 눈썹을 그린 뒤
엄마는 연필 뒤에 붙어있는 작은 빗으로 검은 색깔을 살살 펴셨지요
그것도 그냥 흉내만 내보았습니다
그런데 엄마 알아요?
명은이가 지은이가 나보다도 더 어릴 때부터 내가 하던 놀이를 저들도 하더라구요
나는 차마 못그리던 립스틱도 그 애들은 그리더라구요
계속 놀으라고 모른 척 했습니다
내 화장품 그릇이 내 딸들의 호기심 보석상자가 되어서야
나는 내 기억 저편의 보석상자를 꺼내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엄마 분첩의 향기가 더 그립고 엄마가 쓰셨던 립스틱이 더 고았습니다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엄마는 내게 아주 고운 분이십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