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비,종일 비

송정희2017.06.20 22:43조회 수 16댓글 0

    • 글자 크기

, 종일 비

 

오전을 어떻게 어떻게 참아내다

정오부터 내리는 비

어쩌면 비는 대지에 있는 모든것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계곡과 냇가와 실개울에서 모여

호수와 바다로 간 물들이

작은 입자로 다시 하늘로 올라

세상구경을 물리도록 하다가

다시 빗물로 필요한 곳으로 내려온다

 

비는 서로 그리웠다는듯 나무와 꽃에 입맞추고

쩍 벌어진 땅바닥을 메우고

모래사막에 사행천을 만든다

오년전 애팔라치안 산맥 어딘가에서

칠일을 내게 쏟아졌던 비

날 보고파했던 이가 빗속에 있었나보다

 

창문을 여니

비릿한 흙냄새가 후욱

바람과 함께 내 머리카락을 날린다

난 눈을 감고 그 흙냄새를 맡는다

큰 함석지붕집에 살던 시절

앞 텃밭의 냄새

 

그 동네가 보인다

난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여덟살

호병이네 담벼락에 호박꽃이 피고

큰 꽃술을 따서 손톱에 박박 문지르면

황금빛 물이든다

비가 만들어 주는 추억속에서

잠시 행복한 저녁이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96 어머니와 커피2 2017.04.30 1397
1095 하루의 끝 2018.04.13 540
1094 어느 노부부 (3) 2016.10.10 209
1093 잎꽂이 2018.08.27 175
1092 선물 2019.07.18 166
1091 약속들 2017.04.05 165
1090 조용한 오전 2020.02.01 147
1089 등신,바보,멍청이2 2017.06.16 135
1088 1 2017.01.07 129
1087 세월 2016.11.01 113
1086 부정맥 (4) 2016.10.10 110
1085 정월을 보내며1 2020.01.30 108
1084 세상에 없는것 세가지 2020.03.11 103
1083 혼돈은 아직 해석되지 않은 질서 2019.02.16 102
1082 3단짜리 조립식 책장1 2017.02.08 100
1081 새벽비 2017.02.15 99
1080 작은 오븐 2017.02.12 95
1079 땅콩국수 2016.10.27 93
1078 브라질리안 넛 2017.06.07 90
1077 나의 어머니 (14) 2016.10.27 8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