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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오이꽃 4탄

송정희2017.06.09 07:12조회 수 1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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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꽃 4

 

어제 일하느라 하루종일 집을 비운 사이

오이들은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여분으로 세워둔 원통지지대로

넝쿨을 뻗어 옮겨 갔더군요

 

거짓말처럼 오이가 하루사이에 커지고

저 무게를 줄기는 어떻게 견딜까

그저 놀라운 아침입니다

사다리처럼 넝쿨을 위로 오르다

끝에 다다르면 누우며 옆의 지지대로 가죠

 

더 올라갈데가 없다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오이들

난 얼마나 많은일들에 쉽게 포기했던가요

오이넝쿨처럼 더듬이로 다른쪽을

더듬어 보기는 했었는지요

귀챦아서 싫어서 창피해서

그렇게 묻어둔 시도들은 얼마나 많았는지요

 

하루만에 나를 보는 오이꽃들은

다섯장 노란잎을 활짝 버려

세개의 수술과 암술을 내게 보입니다

벌과 나비 그리고 개미들

오늘도 또 그들과 사랑을 할테죠

 

나도 오늘 많은것들과 사랑을 해야겠습니다

이 아침의 바람과 여유를

연습실의 악보들

또 한낮의 건조한 더위를요

오이꽃들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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