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방안의 미나리

송정희2017.06.02 17:54조회 수 17댓글 0

    • 글자 크기

방안의 미나리

 

큰다라에 미나리 뿌리를 심어

거실밖 골마루에 두었더니

비가 많이 오면 심겨졌던 미나리줄기가

물에 동동 떠오르고

해가 나면 오그라지듯 억세졌다

 

내방 침대 끝 넓은 공간에

앉은뱅이 교자상을 펴고

그 위에 미나리 담긴 다라를 올려 놓았다

먼지같은 날파리들이 생겨

닫혀있는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다

 

석양이 들어오는 서쪽 창가

조금 비실거리면서도 잘 크고 있는 미나리

막내가 와서 보더니 질겁을 한다

왜 방에서 키우냐고

가습기 역할도 하고 나는 좋은데

 

일곱개의 꼬마 레몬트리도

미나리 다라옆 창가틀에 모두 옮겨 놓았다

몇시간이라도 온전히 석양을 볼 수 있는

꼬마 레몬트리들은 그저 좋은가보다

 

미나리는 먹으려고 키우는것 보다

그냥 재미삼아 키운다

내다 버렸을 미나리 억센 줄기는

길게 줄기를 뻗어 새순을 키우고

또 길게 줄기를 뻗는다

방안 가득 미나리향이 떠다닌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756 마무리 2018.09.26 18
755 미국에서의 설의 풍경 2019.02.05 14
754 나의 아침 2019.09.24 27
753 11월 1일의 새벽 2019.11.01 31
752 밥값 2020.01.05 25
751 부정맥 (9) 2016.10.20 36
750 가을비 2018.09.26 9
749 호랑이 없는 굴속의 토끼들 2019.02.18 22
748 작은 들꽃 2019.09.24 21
747 밀리 할머니의 죽음 2017.05.28 22
746 뽀그리를 하고 2018.03.14 16
745 아프다 2018.09.26 17
744 내일이 내가 좋아하는 정월대보름이다 2019.02.18 20
743 아카시아 2019.04.25 7
742 놀스캐롤라이나에서의 밤 2019.07.23 17
741 시월이 남긴 것들 2019.11.01 36
740 식탁의 풍경 2018.03.14 12
739 명지와의 수다 2018.09.27 13
738 아름다운 이름 봄 2019.04.25 21
737 이별의 습작 2018.03.15 57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