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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그 아이

송정희2017.06.02 07:37조회 수 1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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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

 

아주 가끔씩 꿈에 보이는 그 아이

국민학교 몇년동안 같은 반에 있었던 그 아이

모르긴해도 또래보다 나이가 많았을거다

키가 선생님보다 더 컷으니까

 

도시락을 가져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늘 반장이나 주번이 양호실에서 가져오는

옥수수 급식빵을 두새씩 먹고

학교 뒷쪽에 있던 수돗가에서

고개를 비틀어 수도꼭지에 입을 맞추고 물을 먹던 아이

 

맨날 졸고있다가 선생님 분필이

우리 머리를 날아 그 아이를 향하곤 했다

그 아이가 잘하는 것

달리기와 다른 운동들

봄가을 운동회떄면 부모가 오질 않던 그 아이는

그 넓은 운동장에서 왕으로 군림했다

 

특히 계주에서는 늘 막판뒤집기로

운동장에 가득한 이들에게 더위를 잊게할 정도로

그 아이의 뜀박질은 한편의 독립영화같았다

일그러진 구릿빛 얼굴

앞뒤로 내젖는 핏줄선 팔

또래의 남자애들에게 없던 목젖

 

그래 그 아이는 학교를 늦게 다닌게 맞아

아마도 우리보다 서너살 많았나보다

어찌되었든 그땐 그걸 몰랐었다

어쩌다 교실에서 마주치면 외면하던 눈빛

그래서 지금도 아주 가끔씩 꿈에서 보나보다

 

그후엔 어떻게 살았을까

부모나 다른 가족은 있었을까

중학교엔 갈 수 있었으까

지금 같으면 특기생으로 보조도 받아

공부도 더 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 이제 서로 나이가 이만큼 들어

그 예전일도 새록새록 그리워진다

내가 그렇듯이

그 아이도 내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겠지

불쑥 어딘가에서 마주쳐도

우린 알아보지 못할것이다

그래도 우리 가끔씩 생각해 보기로 해요

내 이름은 정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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