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봉선화 연정

keyjohn2017.06.17 13:15조회 수 46댓글 1

    • 글자 크기

내 가게 건물위로 두배나 높은 나무에서

가을마다 낙엽이 쌓여 썩고 또 쌓여 

두둑한 화단이 되었다.


4월쯤 봉선화 꽃씨를 심었더니

부단없이 자라 연두색 줄기가

올리브색이 되고,

마디 사이가 연갈색으로 변색될 무렵,


잎이 무성해지고

가지 사이에 작은 돌기들이 생기더니

돌기마다 여지없이 꽃이 맺히고,

잎에 비해 꽃이 초라하단 불만이

가시기도 전에 서둘러 씨방이 맺히고

씨방이 익어간다.


봉선화를 처음 보는 이웃들은

다양한 호기심을 보였다.

 

채소냐 꽃이냐를 가장 많이 묻고,

잎 모양이 대마초 같은 데

말려서 피우면 어떤 향이 나냐고도 한다.


시니어들은 씨앗이 익으면

화분에 심게 나눠달라고도 하고,


꽃이름이 'touch me not'이유를 

씨앗을 만져보고 비로소 알았다며

즐거워 한다.


꽃잎을 따 손님들에게 주며

물론 손톱물들이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며칠 후 봉선화꽃 물들인 손톱을 보이며

신기해 하길래,

첫눈 올 때까지 손톱에 꽃색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더니

애틀랜타는 눈보기가 어려워

첫사랑과 만나기도 어려울 것 같단다.


첫사랑도,

'봉선화 연정'도 다 부질없다고 생각하니

90도 넘는 여름낮도 

서늘하게 느껴진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
  • 아주 아주 오래전 엄마가 아직은 꼬맹이였던 제 손톱에 

    봉숭아 꽃잎을 빻아 물들여주셨던 기억이 엊그제 적 일처럼 생각 나네요,. 

    그땐 정말 엄청나게 신기해했었는데 말이예요,.... ^^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2 불안한 평화 2017.03.04 57
121 좌욕4 2017.03.07 57
120 뒷담화1 2017.09.18 57
119 무기력한 오후 2018.06.23 57
118 추억 2018.08.17 57
117 유정1 2021.04.29 57
116 우요일4 2018.02.07 58
115 추석달4 2020.10.01 58
114 면 도4 2020.12.21 58
113 조송문 2017.09.13 59
112 닥터 지바고처럼2 2020.02.08 59
111 아마도 빗물이겠지 2016.01.08 60
110 통증2 2016.12.19 60
109 순자는 옳다 2017.07.01 60
108 고국여행 2 ( 딸 예식)2 2017.11.08 60
107 계단 오르기1 2018.01.29 60
106 영춘일기 2018.02.28 60
105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2 2020.06.08 60
104 시신 단장사5 2017.05.05 61
103 휴스톤 그리고 샌디 누나2 2017.08.30 6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