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의 어머니 (14)

Jenny2016.10.27 14:21조회 수 89댓글 0

    • 글자 크기

나의 어머니 (14) / 송정희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안방 아랫목 벽에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었지요

그곳은 나와 내 동생들의 보물섬

문을 열면 아버지가 드시던 작은 꿀병이 계단 맨밑에 있었고

우리를 칭찬하실 때 주시던 풍선껌과 과자들이 숨겨져 있던 곳

 

예닐곱개의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 끝이 창문으로

멀리 구부러진 길이 보였습니다

아버지의 오래된 물건들 사진첩 예쁜그릇들 크고작은 액자들

늘 몰래 뒤져도 재미난 곳

 

어느 날 동그란 분첩같은 통을 열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몇겹의 한지에 꼭꼭쌓인 쌔까만 죽은 뱀이 각각 한개 씩 숨어있었죠

나는 덜덜 떨며 분첩에 다시 넣고

부리나케 나의 보물섬을 내려왔었습니다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그것은 뱀이 아니라 우리 삼남매의 탯줄이었던 걸 나중에 알았고

어머니는 내가 신우신장염으로 사년을 아프고 난 후

태워서 가루로 제게 먹이셨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 글자 크기
브라질리안 넛 산행 (20) (by Jenny)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96 어머니와 커피2 2017.04.30 1395
1095 하루의 끝 2018.04.13 540
1094 어느 노부부 (3) 2016.10.10 208
1093 잎꽂이 2018.08.27 173
1092 선물 2019.07.18 166
1091 약속들 2017.04.05 164
1090 조용한 오전 2020.02.01 145
1089 등신,바보,멍청이2 2017.06.16 135
1088 1 2017.01.07 129
1087 세월 2016.11.01 113
1086 부정맥 (4) 2016.10.10 110
1085 정월을 보내며1 2020.01.30 108
1084 세상에 없는것 세가지 2020.03.11 103
1083 혼돈은 아직 해석되지 않은 질서 2019.02.16 102
1082 3단짜리 조립식 책장1 2017.02.08 100
1081 새벽비 2017.02.15 98
1080 작은 오븐 2017.02.12 95
1079 땅콩국수 2016.10.27 93
1078 브라질리안 넛 2017.06.07 90
나의 어머니 (14) 2016.10.27 8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