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송정희
엇그제 일이 가물가물해서 일기를 본다
사소한 것들의 행진
그저께의 내가 오늘의 내게 눈웃음을 친다
장난꾸러기 친구처럼
매일 나는 일기장 속에서 나이를 먹는다
아주 조금씩 주름이 더 생기고, 시력이 흐려진다
그래서 안경을 세 개나 가져야했다
일기장을 열면 와글와글
첫장부터 어제 쓴 곳 안에서
반갑다 하고 아프다 하고
약속을 안지켰다 하고
투정을 한다
변명이 구차해 후딱 덥는다
한참 후 다시 펴보면 조용해졌다
슬그머니 미안해서 먼저 웃어준다
슬때없는 이야기도 적어준다
오늘 한 일을, 또 생각나는 일들을
그런 사소한 것들과 또 행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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