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그리운것들이 있습니다

송정희2017.02.01 20:59조회 수 26댓글 0

    • 글자 크기

그리운것들이 있습니다

 

호병이네 담벽을 따라 호박꽃이 피면

진영인 아빠

난 엄마가 되어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소꿉놀이를 했습니다

여보 당신이 어쩜 그리도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우린 얼굴도 붉히지않고 엄마놀이를 했죠

 

나보다 한살 많은 동네 언니가 자기가 엄마를 하겠다고해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요

안돼 하며 진영인 내 손을 잡아 앉히고

난 일년을 엄마를 했습니다

 

동네에 예쁜 여자애가 이사를 왔어요

난 그아이가 엄마가 될까봐 걱정했습니다

소꿉놀이때면 난 진영이만 살폈죠

진영이가 그애를 엄마하라고 할까봐

 

난 진영이 옆에 붙어앉아 넓직한 돌판에

호박꽃을 자잘하게 썰어 진영이에게

당신 밥 드세요 하면

진영인 여보 고마워 하며 웃었습니다

난 오줌이 마려운데도 그 자리를 뜰수가 없었습니다

그 예쁜애가 내 자리에 앉을까봐

 

결국 앉은자리에서 바지에 오줌을 싸고

난 지레 큰소리로 울었습니다

진영이가 깜짝 놀라 내 손을 끌고

우리집보다 가까운 저희집으로 날 데리고 갔지요

난 진영이 바지로 갈아입고 계속 소꿉놀이를 했습니다

 

몇십년을 잊고 살았던 어린시절입니다

딱히 진영이가 보고싶은게 아니라

그 시절 그 어렷었던 내가 보고싶습니다

다섯살의 날 다시 만나면

그간 그리웠었다고 말하겠습니다

 

    • 글자 크기
수필: 에보니 밥 소나무가 보이는 작은길가의 집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16 수필: 에보니 밥 2016.11.22 26
그리운것들이 있습니다 2017.02.01 26
214 소나무가 보이는 작은길가의 집 2017.03.26 26
213 나의 사라는(동생에게 바치는 시)3 2017.04.08 26
212 25분과 35분의 차이 2017.05.11 26
211 그들과의 속삭임 2017.06.20 26
210 달력이 있는 식탁벽 2017.06.28 26
209 풋내1 2017.08.15 26
208 아침약 2017.08.19 26
207 삼시세끼1 2017.08.27 26
206 콘서트가끝나고1 2018.03.18 26
205 꽉 막힌 길2 2018.08.30 26
204 그와 나 2019.02.27 26
203 그 여름의 펌프물1 2019.07.18 26
202 시월이다1 2019.10.04 26
201 가을을 맞아 2019.10.29 26
200 아 좋다 2019.11.08 26
199 노모의 슬픔 2020.01.10 26
198 보키쌤 2020.01.30 26
197 일월 마지막 날에 2020.01.31 26
이전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