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초상
석정헌
비에 젖은 저녁
물의 무게에 낮게 엎드린 어둠
구름은 머리 위에서 온 하늘을 덮고
어둠은 점점 무게를 보탠다
숲은 일찍 숨어버린
새때들로 조용하고
푸른 잎새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처량하다
저녁은 어둠에 눌려
점점 멀어지는 시야를 가리고
짐승의 소리 이별을 생각하고
만날 날짜를 어둠에 새기며
그때야 생각 난 듯 젖은 잎새
작은 웅덩이에 깊숙이 담그는 어둠
저 모습을 보며
구름을 밀고 내민 손톱달
때가 되면 그 것을 쓸어 담고 있는 물 그림자
자기의 생을 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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