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자화상 (3)

Jenny2016.10.20 09:25조회 수 24댓글 0

    • 글자 크기

자화상 (3) / 송정희

 

제법 길었던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다

자르기 전 미용사가 몇몇의 짧은 머리를 한 모델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중 하나를 내가 찜했다

그 예쁜 모델처럼 되기를 바라며

 

뭉청뭉철 짤려나가는 머리카락이

슬그머니 아깝기도 했지만

까짓거

예뻐진다는데

실소가 나왔다

내 나이가 얼마냐고

그 모델은 겨우 스무살 되었을까

 

허락도 안했는데 코팅에 염색까지

날 위해 했단다

대충 눈알을 굴려 계산을 해보니

엄청난 액수를 난 오늘 머리에 부었다

그 모델 같지만 않아봐라

벼르면서

 

오전 내내 미용사는

내 머리를 주물렀고

지루한 몇시간이 흘러서야

나는 짧은 내 머리를 만났다

괜찮네 괜찮아

거울 속에 보이는 것은 그 예쁜 모델이 아니라

오십이 넘은 내 얼굴이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16 12월 2019.12.01 24
815 추억 2019.11.29 24
814 한걸음씩1 2019.10.18 24
813 가을가뭄 2019.10.11 24
812 녀석들과의 산책 2019.10.04 24
811 사돈이 갔다 2019.09.16 24
810 노동자날의 놀이터 2019.09.03 24
809 여름의 끝자락에서 2019.08.31 24
808 사돈이 왔다 2019.08.30 24
807 오늘의 소확행(8월16일) 2019.08.17 24
806 칠월을 보내고 팔월을 만나다1 2019.08.01 24
805 머물던 자리 2019.06.22 24
804 낯선곳의 아침 2019.06.09 24
803 아버지를 추억하다1 2019.01.23 24
802 점심약속 2018.11.11 24
801 오월 문학회를 마치고1 2018.05.13 24
800 오이꽃 5탄1 2017.06.17 24
799 데뷔 2017.06.08 24
798 오늘같은 날 2017.06.06 24
797 배초향 2017.06.02 24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