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할로윈의 밤

송정희2019.11.01 15:56조회 수 36댓글 0

    • 글자 크기

할로윈의 밤

 

큰 바구니에 각종 초컬릿과 캔디를 담아 놓고 현관 밖에 불을 환히 켜놓는다

조금전까지 비가 온 뒤라 길이 한산하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강아지 포롱이를 목줄을 매어 계단 난간 모서리에

묶어두고 난 아이들을 기다린다

잠시 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초인종을 누른다

나는 문을 열며 해피 할로윈을 외치고 아이들은 트릿코 트릿을 외친다

커다란 캔디 바구니를 내밀며 두개씩 가져가라고 하니 두개씩만 고르는 아이들

나보다 포롱이가 더 신나 호르릉거림다

뒤늦게 강아지를 발견한 너댓살 아기가 초컬릿을 손에 든채 뭐에 홀린듯

포롱이에게로 다가온다

내가 얼른 포롱이를 진정시키고 포롱이의 앞발을 들어 꼬마아기의 장난감같은

작은 손에 쥐어준다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웃음을 내게 보인다

그 뒤에 서있던 다른 꼬마가 이제 제 차례라고 밀치며 앞으로 나온다

길에 서있던 아이들의 부모들이 막 웃는다

그렇게 예닐곱차례 아이들의 무리가 몰려왔다가 갔다

나도 그 시간만큼은 아이가 되어 즐거웠다

다행히 많이 짖지 않는 포롱인 인기만점

돌아가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어느새 어둠이 내린 밤

5시부터의 나의 미션은 8시에 끝나고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난 내 보금자리인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해마다 이렇게 할로윈을 챙겼다

뒤늦게 올 아이들을 위해 현관 밖에 의자를 놓고 초컬릿 바구니를 올려두는

둘째 지은이

비가 와서 아이들이 오지 않을까 했던 걱정이 다 날아갔다

앙증스럽고 신기한 복장을 한 아이들

요정의 나라가 되었던 세시간

나도 당연히 요정의 나라에서 그시간 행복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96 문학회 모임 (오월 이천일십칠년)2 2017.05.08 36
995 나에게 주는 선물1 2017.03.19 36
994 부정맥 (9) 2016.10.20 36
993 2월을 보내며 2020.03.02 35
992 고단한 삶 2020.02.28 35
991 아침풍경1 2019.12.13 35
990 포롱이와의 산책 2019.11.08 35
989 건망증 2019.10.01 35
988 기복희선생님의 시낭송회1 2019.09.23 35
987 비 내리는 밤2 2019.08.02 35
986 기다림1 2018.02.19 35
985 새소리 2017.03.30 35
984 정아 할머니2 2017.01.25 35
983 간밤의 꿈 2020.03.09 34
982 이만하면 2020.03.07 34
981 초승달과 나 2020.02.28 34
980 오늘 나는 2020.02.27 34
979 아프리칸 바이올렛 잎꽂이 2020.02.25 34
978 아침 소나기1 2019.12.09 34
977 사랑은 있다 2019.10.19 34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