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어린 시절 빨랫터

송정희2017.04.28 06:54조회 수 14댓글 0

    • 글자 크기

어린 시절 빨랫터

 

아침일찍 일어나

어제 일할때 입었던 옷을 손으로 빱니다

아주 어렷을적 냇가에서 빨래하던

생각이 나네요

 

넓은 스테인레스 대야에

마루를 훔친 걸레와 잿물이 섞인 누런 비누

빨랫방망이를 위에 얹어 냇가로 갔지요

주로 저녁에 갔던것 같아요

 

이미 좋은 빨랫터는 다 차지해졌고

쬐끄만 난 엉덩이만 겨우 닿을

조그만 돌판에 앉죠

먼저 걸레를 물에 담가 조금 불린 후

먼저 담근것부터 꺼내 비누칠을 했어요

 

왼손으로 걸레 끝을 잡고

오른손으로 걸레를 돌바닥에 힘있게

위아래로 치대며 거품을 내면

어느새 걸레가 뽀얘지는 걸 볼 수 있었죠

흐르는 물에 헹군 뒤 방망이로 팡팡 두드리면

어린 마음에 무슨 한이 있었겠냐만

왠지 속에 있는것들이 시원히 씻겨나가는 느낌

 

그렇게 재미삼아 냇가에서 빨래를 했어요

어쩌다 따라 나온 동생들과 물에서 장난까지 하다보면

밤이 되는 것도 몰랐었죠

동생들이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면

그제서야 주섬주섬 대야에 빨랫감을 챙기죠

 

흐르는 물에 비쳐보이는 차가운 달빛과

얼룩덜룩한 구름은

그땐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요

놀란 가슴에 뛰다 미끄러운 돌에 걸려 넘어져

울면서 집으로 왔었죠

 

불혹을 넘긴 나는

가끔 그 밤하늘을 봅니다

그 어린 내게 두려움을 주던

그 달빛과 구름을

난 이제 꾸짖을 수도 있어요

왜 그랬었냐고 엄청 무서웠었다고

    • 글자 크기
요통 점심약속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656 오늘의 소확행(11.5) 2018.11.11 13
655 요가 클래스 2019.12.13 13
654 Precise V5 2017.04.04 18
653 바람이 분다 2018.05.21 5
652 포롱이 2018.11.11 12
651 엄마의 당부(2분 39초 통화기록) 2018.05.22 7
650 노모와 올케 2018.11.11 16
649 2018.05.22 8
648 오늘의 소확행(11월4일) 2019.11.08 30
647 건망증 2019.10.01 35
646 요통 2019.11.08 26
어린 시절 빨랫터 2017.04.28 14
644 점심약속 2018.11.11 24
643 레몬트리 2018.05.23 62
642 말하지 말걸 듣지도 말것을 2018.08.18 13
641 넬라판타지아 2018.11.11 19
640 뒷마당에서 외치다 2019.05.03 19
639 아 좋다 2019.11.08 26
638 세상구경 2018.05.23 22
637 지은이와의 여행 2018.08.18 9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