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사랑의 도시
석정헌
산자락 응달진 곳
고독을 품은 잔설 아직인데
사랑도 청춘도 허물처럼 벗고
가슴에 남은 그리움 하나
고인 눈물 속 무지개 뜬다
혼돈의 바람
가끔은 나무가지 끝을 달싹이지만
밝은 노래 아지랑이 핀 길을 뚫는다
설중매의 고결한 봉오리 봄을 열고
동면의 벌레들 기지개 켜
거리에 고열이 쓸쓸 오를 때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하얀목련
주춤되며 꽃 피우지만
가라앉은 날씨에 몇날을 못 견디고
꽃잎 거리를 덮는다
아직도 가리울 곳 없는 그리움은 남아
궂은 비에 질척이는데
허약한 사랑의 내가 사는 도시
개나리 노란 촉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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