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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그 여름의 펌프물

송정희2019.07.18 07:32조회 수 26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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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펌프물

 

한낮 온도가 90*F가 훨씬 넘어 밖에 차를 세워두고 몇시간이

지나면 핸들이 뜨끈뜨끈, 기어 손잡이도 끄끈뜨끈

무심코 잡았다가 깜짝 놀래 손을 뗀다

이럴때 간절히 떠오르는

옛날 어릴적 살던집 앞마당의 펌프물

한참 손을 담그면 손이 얼얼해질 정도로 시원한 지하수

난 그 물을 좋아해서 할머니는 종종

내게 상추나 쑥갓을 씻어오게 하셨다

하나하나 물에 흔들어 씻어 채반에 건져 툭툭 털어

마루에 앉아 점심을 먹던 여름날

어려서도 매운 고추를 잘먹던 특이한 나는

점점 더 매운고추를 자랑삼아 먹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

입이 하마만큼 얼얼이 커진 느낌으로 그게 무슨 잘하는 짓인것마냥

허세를 떨었다

매운고추를 먹은 고통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다음날 변소에서 대변을 볼때의 그 화끈거림

그래도 왜 그렇게 매운고추를 자랑삼아 먹어댔는지

입속이 화끈거리면 금방 받은 펌프물을 입속 가득 물고

매운 입과 혀를 식히곤했다

물한바가지를 펌프뒷통에 넣고 빈펌프질을 몇번하면

이내 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던 그 마당의 펌프

여름이면 금방 만든 열무김치를 작은 항아리에 담아 고무다라이에

펌프물을 채워 그 속에 담가 두었다 먹는 아삭하고 시원했던 그맛

냉장고가 없던 시절 거기가 냉장고였다

수도가 들어오기 전까지 그 펌프는 동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이웃들의 놀이터가 되기도했다

시멘트로 펌프주위에 테둘이를 만들어 그 위에 빨랫판을 걸쳐

방걸레를 방망이질로 하얗게 빨아대던 빨래터가 되던 그 펌프

지금도 땅을 깊이 파면 그 반가운 지하수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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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약 9월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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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마중물 한 바가지를 넣고 펌프질을 하면 쏟아져 나오던 차고 시원한 물

    설거지하고 머리감고 빨래까지 해도 마르지 않고 콸콸 쏟아지던 펌푸 물

    먼 추억의 풍경들이 살아서 걸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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