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려진 시간 속으로의 여행
나 어렸을 적, 남자가 되고 싶었다. 아버진 늘 어머니보다 강했고, 무서웠고, 내 두 남동생들은 날 이겼었다. 난 늘 지는 어머니와 내가 싫었었다.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남자로 태어나 군대도 가고, 대통령도 되어보고, 전쟁에도 나가고 싶었었다. 그 어릴적에도.
어제 "가려진 시간" 이라는 영화를 막내 희정이와 영화관에서 보았다.
난 다시 잊혀졌던 그 어릴 적 남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 슬그머니 영화 속 성민이가 된다.
초등학생이던 성민이는 믿을 수 없는 마법에 걸려 정지된 시간 속에서 15년을 살게된다. 그 긴 고행의 시간은 실제 세상의 하루나 이틀. 청년이 되어 돌아온 성민이는 옛친구 수린을 찾아간다.
아니 내가 성민이가 되었다. 수린이는 아직도 초등학생 솜털 가득한 소녀. 이 세상에서 내가 성민이인걸 수린이만 알아준다.
우리는 아직 초등학생이 가질 수 있는 우정 뿐이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난 나의 두 친구와 함께였지만 그들은 모두 그 시간 속에서 죽었다. 그 오랜 죽음같은 세상에서 그들은 헤쳐나오질 못했고, 나는 슬픔보다 깊은 슬픔으로, 그들을 떠나보내야만했다. 예정된 시간이 되어 수린이를 만나고, 우리는 또 헤어져 난 그 정지된 시간 속에 이번엔 혼자 갖혀야했다.
그래도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이 시간 너머에 있을 수린이 때문에.
난 만났다. 수린이를. 이번엔 30년은지나 수린이가 있는 세상으로 나왔다.
이제 겨우 중학생이 된 수린이를, 운명처럼 알아오고, 나는 이제 초연할 수 있다. 죽음보다 힘든 시간을 지나왔기에, 이렇게 난 성민이로 남자로, 그 영화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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