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허수아비
석정헌
이제 겨우
누런 벼이삭 여물어 가는 벌판
미운 참새 한마리 쫓아버릴려고
세우려던 허접스런 허수아비
제대로 한번 서보지도 못하고
거친 바람에 밀려 꼬꾸라지고
바닥에 몇번 딩굴다가
넘어진 것 억울해한다
질서 정연한 벼이삭 사이
벼보다 큰키 건들거리다
악을 써가며 벼들을 괴롭히는
줄을 이탈한 피를
제 응원군인줄 알고
도움 청하고 쓸쩍 기대어
일어서려 애써며 헐떡거리다
뽑혀버린 피를 원망하며
넘어지고 엎어지며
정신 차리지 못하고
겨우 쭉정이벼 몇줄기 밟아버리고
종내는 널부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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