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기온이 뚝 떨어진 아침
침대밖은 얼음지옥같아 벌떡 일어나 지질않는다
한가지 약속을 못지키는 이유는 백만가지가 넘는다
교회 갈 시간에 맞춰 겨우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부스스한 머리에 모자를 눌러 쓴다
밖은 정말 추웠다
오케스트라는 짧은 방학이 끝나 오늘부터 정규 리허설이 시작되고
3시 30분에 같은 장소에서 모였다
새로운 곡을 받아 가슴이 뛰었다
드보르작 심포니 9번 신세계
말러 심포니 1번 D장조
모짜르트 심포니 40번
바흐 심포니 3번
안보이는 얼굴도 있고 새로 합류한 얼굴도 보인다
첫날 싸이리딩이다보니 실수도 많고 웃을일도 많다
어둠이 내리는 6시까지 연습하고 집으로 오는길
그제서야 오늘 밥값은 했구나 싶다
오른쪽 어깨에 비올라를 짊어지고
왼쪽 어깨에 보면대를 메고
짐꾼처럼 낑낑대며 방으로 들어온다
익숙한 냄새와 온도
역시 집이 최고다
에보니가 나 왔다고 좋아서 이리저리 뛴다
녀석도 혼자 오래 있는건 싫은 모양이다
어느새 한밤중
내일도 새로운 일들이 날 찾아오겠지
오늘도 잘 지냈다
모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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