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향수 - 정지용-

관리자2024.02.03 16:06조회 수 20댓글 0

    • 글자 크기

 

 

향수

 

-정 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1 102계단 상승한 시집…요즘 짧은 시가 잘 팔리는 이유는? 관리자 2024.01.29 12
230 [애송시 100편-제18편] 님의 침묵 - 한용운 관리자 2024.01.29 10
229 도서출판 문학공원, 김영수 시인의 ‘탐라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펴내 관리자 2024.01.29 19
228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5] 매화를 찾아서 관리자 2024.01.29 15
227 광야 - 이 육사- 관리자 2024.01.29 14
226 백범 일지 관리자 2024.01.28 9
225 할매 언니들이 꽉 안아줬다…불타고, 맞고, 으깨진 시인의 세상을 관리자 2024.01.27 16
224 민족대표 한용운 선생… '님의 생가'를 찾아서 관리자 2024.01.26 18
223 언젠가는- 만해 한용운- 관리자 2024.01.26 16
222 진 달래꽃 - 김 소월- 관리자 2024.01.26 7
221 뒤집어 보면 이한기 2024.01.26 33
220 강설江雪/유종원柳宗元 이한기 2024.01.26 39
219 장수(長壽)와 요절(夭折) 관리자 2024.01.24 15
218 화석정花石亭 이한기 2024.01.24 47
217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4] 사랑 관리자 2024.01.22 16
216 한국어로 말하니 영어로 바로 통역… 외국인과 통화 벽 사라져 관리자 2024.01.20 15
215 2024년 인간 수명에 대한 연구결과 관리자 2024.01.19 14
214 산중문답(山中問答) 이한기 2024.01.19 47
213 이 나라가 한국 라면에 푹 빠졌다고?…수출국 3위로 떠올라 관리자 2024.01.18 17
212 음주(飮酒) 이한기 2024.01.18 33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33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