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말희 - 충남 아산 출생 - 1986년 도미 - 제3회 애틀랜타문학상 대상 수상 |
빈 계절을 지나며
2020.01.26 11:40
빈 계절을 지나며 ~ 강말희
세상으로 향한 문이
모두 닫힌 것 같은 날
어슴푸레 열리는 새벽에는
오늘의 풍경이 낯설다
희뿌연 공백은 짙게 내리고
빈 가지로 손내미는
숲에 다가가 서면
밑둥지를 덮은
헤진 낙엽의 온기를 느낀다
겨울 화폭을 받친 나목이
홀연히 여백을 만들어
그 사이 잿빛 하늘을 걸치고
사각이는 겨울 아침에
진한 안개가 늦도록 누워 있다
찬 햇볕이 걷어갈 안개속에
또 하루가 몸을 일으켜
눈처럼 흩날릴 하얀 그리움으로
빈 계절 속을 지난다
댓글 3
-
keyjohn
2020.01.26 16:27
우주를 부유하는 감성들이 지상의 숙주를 만나 은밀한 부대낌 끝에 글이 만들어지는 거라 믿습니다.겨울새벽 눅눅한 안개속을 이리 저리 헤매이던 각별한 감성이 말희님의 섬세한 촉수에 포로가 되었군요.'세상으로 향한 문이 닫힌' 기분이 '나목이 만든 여백'안에서 숨이 트이나 했더니,여전히 '찬 햇볕'아래 '하얀 그리움'을 간직한 채 하루가 가는군요.말희님 글을 감상하면서,문학을 포함한 소위 예술은 '쾌'보다는 '불쾌'를, '충만'보다는 '공허'를, 때때로 '탄생 보다 '죽음'을 먹이로 잉태되는 일련의 과정이 아닌가 하고 다시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강이슬
2020.01.26 21:07
역쉬~~
기정시인님
전하려 이조차 불확신한 시심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신 감상으로
휑하던 마음이 따스해 집니다
비움으로써 채울 수 있는 여지
여명은 늘 어둠을 인내하고
고독을 딛고 오르다보면
예술에도 이를 수 있다는 뜻으로 받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시는
고독한 영혼에 맺힌 진액을 걸러내어
증발하기 전에 나누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
이설윤
2020.01.27 16:07
안개속에 또 하루가 몸을 일으키며 새벽이 밝아 오고
태양이 하늘의 지붕위로 올라올 때면 또 다시 경이로움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 겨울이 아직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습니다
그리하여 난 아직 창가에 서 있습니다.
영혼에 맺힌 이슬을 방울방울 떨어뜨린 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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