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장속의 가을
세월이 지나며 더 선명해지는 기억이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며 더 그리워지는 기억이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며 더 행복해지는 기억이 있습니다.
때론 기억속에 무언가는 실제보다
더 작고 초라합니다.
내 어렷을적 다니던 학교처럼.
그래서 난 그냥 기억만 하려구요.
버스가 끝까지 가면 거기에 있던 가을 빈들녘.
그 빈들에 날 두고 버스가 가버리면
난 빈들녘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라고 한 이도 없고 딱히 가야할 이유도 없는데
사춘기의 내게 그곳은 바다였습니다.
그당시 나이의 몇곱절을 더 살면서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그 가을 빈들녘의 바다.
난 다시 사춘기의 소녀가 됩니다.
오늘은 가을바람이 지구 반바퀴를 돌아
예전 그 가을 빈들녘의 향기를 몰고 왔네요.
골마루에 살짝 앉을 향기를 한아름 안고
내 옷장 빈곳에 숨겨둡니다.
내 사춘적 나의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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