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마일
석정헌
푸른 물기로 덮힌 하늘 속
뛰어든 붉고 노란 산
내 가슴에 옮겨 놓고 싶어 길을 나섰다
어느듯 1300고지
눈아래 보이는 모든 것은
햇빛으로 물을 들인듯
온 산이 무지개로 가득하다
2100마일 Appalachian Trail
험로의 끝자락
Blood Mountain Neels Gap
말없이 늙어온 나뭇가지에 걸린
땀과 열정
그리고 고난과 희열로 점철된
종주를 끝낸 낡은 등산화들
배낭을 매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
시끄러운 오트바이 소리
컴컴하고 작지만 천장이 높은 가게
천장과 벽에도 온통 낡은 배낭과 등산화들
땀에 절어 소금기 하얗게 배어
눈에 확들어 오는 배낭 하나
4000마일을 주인의 등위에서 온세계를 누빈
소중한 것이라는 쪽지가 붙어있고
즐비하게 걸린 모든 낡은 것들이
얼마나 탐스러운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부러움에 경의를 표하고
다시 산정무한의 만산홍 속으로 파묻히고 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