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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헌
올해도 하루 남은 마지막 일요일
습관적으로 떠진 눈
천장을 때리는 요란한 빗소리
일요일 아침 공원에서 만나는
즐거운 벗 들도
많은 비가 올 것이란 예보에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멍하니 누워 몇번 뒤척이며
잠을 청해 보건만
한번 떠진 눈 잠은 올 것 같지 않고
새근 거리는 아내를 피해 살그머니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비 오는 창밖을 내다 본다
비에 섞인 여명은 멀리서 다가오는데
또 지나간 일년
이룬 것 하나 없이 후회만 남았고
아직도 떨쳐 버리지 못한 아집
악문 이빨 그마져 힘없이 풀리고
혼잡한 머리 절레절레 흔들다
벌떡 일어나 커피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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