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부부 (3) / 송정희
집에 있으면 뭐하나
두분은 집을 나섭니다
인근 약수터까지 한 시간
빈 물통 챙겨드시는 바깥어르신께
할머니는 눈을 흘기십니다
걸음이나 잘 걸으라고
할아버지가 챙겼던 물통을
할머니가 드시고 문단속을 하십니다
가져갈 것도 없는 집구석 뭘 그렇게 꼭꼭 잠그냐고
할아버지는 웅얼거리십니다
콧등으로도 안들으시는 할머니
아무말 없이 걷기만 하십니다
살가운 대화없이 그 연세만큼 사신 두분
앞서 걸으시는 할머니는 간간히 뒤를 돌아보십니다
바깥어르신은 압니다 할머니가 뒤를 돌아보시는 까닭을
두분은 그렇게 기다리며 따라가며 인생의 많았던 고비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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