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의 어머니 (13)

Jenny2016.10.27 14:04조회 수 12댓글 0

    • 글자 크기

나의 어머니 (13) / 송정희

 

진영이네집 담 옆으로 우물이 있었어요

호병이네 집은 진영이네 맞은 편에 있었구요

온동네 여자와 아이들의 놀이터였죠

두레박으로 퍼울린 물은

여름에도 손이 시렸습니다

 

결핵을 앓던 얼굴이 하얀 언니도

사람들을 피해 빨래도 하고 열무도 씻어갔습니다

그 언니가 우리집을 거쳐 언니집으로 갈 때

엄마는 늘 무언가를 챙겨주셨지요

찐 감자 눌은 밥 과일

 

그 언니가 죽고 보건소에서 직원들이 와서

어깨에 큰 약통을 메고 집 안팍을 흰색 가루로 뒤덮은 후에야

나는 처음으로 언니집을 들어갔어요

할아버지가 동네에 반장일을 하실 때

진영이 호병이 미실이 우리 삼남매에게 그곳에 가면 안된다고 하셨거든요

 

우리끼리 쑥덕거렸어요

그 언니는 밤이되면 손수건 가득 피를 토해서 얼굴이 자꾸만 하얘지는거래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그 언니가 믿는 사람은 동네에서 오직 어머니 한분 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습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96 힘들다1 2018.07.07 18
1095 희정이 생일파티 2019.10.29 30
1094 흑백사진속의 우리 삼남매 2017.04.18 18
1093 휴식 2018.09.26 15
1092 휫니스의 풍경1 2018.06.20 26
1091 후회 되는 일1 2017.01.31 19
1090 후회 2018.02.28 17
1089 후회 2019.11.27 56
1088 회한 2017.04.18 13
1087 회복 2020.02.18 32
1086 황혼에 시작한 그림공부 2019.10.11 29
1085 황치열이 기분 안좋을까요 2017.05.24 17
1084 화해 2019.12.22 22
1083 화초들의 죽음2 2018.01.05 26
1082 화분의 위치를 바꾸는 아침 2019.08.29 17
1081 화분갈이1 2017.03.14 27
1080 혼자 먹는 스파게티 2019.08.18 22
1079 혼밥1 2018.08.02 20
1078 혼돈은 아직 해석되지 않은 질서 2019.02.16 102
1077 호주의 포도밟기 축제 2017.05.17 22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