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 송정희
유서를 써 보았다
지아비가 유언도 없이 가족을 남겨둔 채
땅에 뭍힌지 오년 반이 더 지났다
그래서 유서를 쓴다
남겨진 가족에게 연애편지 쓰는 기분으로
죽더라도 내 몸을 내가 원하는데로 해달라고
가능한 빨리 각막이든 쓸만한 부분이 필요한 이들에게 갈 수 있도록
그렇게 썩어지기 전에 누군가 에게로 보내달라고
땅에도 묻지말고 불덩이에도 넣지말고
날 위해 울지말고 웃으며 이야기하라고
할만큼 하고 살만큼 살았는데
내가 뭔들 아쉽고 서운하겠는가
보내주신 이에게로 다시 돌아가는 길
즐겁지 아니한가
사진 책 CD를 정리해서
친구에게 줄 것과 기증할 것으로 분류해놓았다
내일 세상의 모든 것과 작별하는 사람처럼
정리를 해놓고 나니 이렇게 후련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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