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1) / 송정희
긴지갑 깊숙히 내 스무살 적 사진이 있다
아무도 모르지
지갚 깊숙히 내 젊은이 숨어있는 것을
가끔 꺼내 스무살 적 나를 숨쉬게 해준다
나는 믿지 않는다
거울안에 들어있는 여자가 나인 것을
나는 언제나 내 긴지갑 깊숙히에 들어있는 예쁜 스무살이다
화장 후 서너 시간이 지나면 입술 옆 긴 주름에 분가루가 엉겨있는
그 여자는 내가 아닐 것이다
긴 지갑 깊숙히 내 스무살 적 사진이있다
내 두 딸보다도 어린 내가 그곳에 산다
눈꺼풀이 늘어지고 흰머리가 생기는 어떤 여자가
매일 내 거울 속에 산다
자꾸 날 따라한다
따라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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