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이네 (1) / 송정희
콩나물 오십원어치
두부 한모
엄마의 심부름
간밤의 비로
도랑의 물이 불었다
콩콩 뛰어 보경이네로 간다
보경이 엄마는 파리채를 들고 파리를 쫓으며 노래를 하신다
오늘도 낮술
날 보시더니 쪽마루 끝으로 나오신다
나는 거기가 좋다
학년별로 놓여있는 공책들
색색의 연필, 지우개 색연필과 물감
그곳은 내 유년기의 보물섬이다
엄마는 뭐하시냐고 물으신다
보경이 동생은 일급 장애자
벌여진 입으로 늘 침이 흐른다
아줌마는 내가 친구인것 마냥 이야기 하신다
저 새끼 땜에 죽고 싶어도 못죽는다고
콩나물 오십원 어치와 두부 한모
아줌마가 선심으로 주신 왕사탕으로 볼을 부풀려
다시 콩콩 뛰어 집으로 온다
도랑의 물이 저도 뛴다 쫄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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