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소나기가 내게 주는 환상
거짓말처럼 맑던 날씨가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퍼붓고
그도 금세 그치고
창문 스크린 도어에 물방울만 대롱대롱 달렸다
비 온뒤 한뼘씩 자라는 나의 작두콩줄기
가물때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도
이 감쪽같은 소나기에 비할 수가 없다
멀리 나무숲 위로 못다 내린 비구름이 떠 가고
슬쩍 그 구름위로 나도 올라타
함께 떠나본다
그 구름 머물어 비 내리는 세상에
나도 살포시 내려 그리운이도 만나 보았으면.
진한 꽃향기에 취해 풀밭에 누워 요정들의 노래에 잠들어
내 어릴적 꿈을 이루어도 보았으면.
지면에 내렸던 비가 다시 구름이 되어 올라갈때
냉큼 따라 일어나 다시 구름위에 앉아
멀고 먼 길을 또 떠나보았으면.
비구름 가는곳 어디든 함께 가서 내리고 머물며
판의 미로같은 이세상 비웃어도 주고
결국 모든 수수께끼를 풀고
마법의 저주에서 벗어나
그 미로를 다 지나 궁으로 돌아가
난 다시 공주가 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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