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어머니께 가는 햇님

송정희2017.05.28 07:14조회 수 18댓글 1

    • 글자 크기

어머니께 가는 햇님

 

미국 오기 전 어머니와 동네 고수부지에서

저녁 노을을 보았었지요

장미빛으로 물든 서쪽하늘은

곧 미국으로 올 나와

딸을 먼곳으로 보내고 자주 못볼 어머니께

가슴 울컥한 석양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홀로 석양을 보시던 어머니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그래 햇님이 지는게 아니라

내 딸이 사는곳으로 가는거지

내 딸은 저 햇님과 내일 하루를 살고

또 내게로 오겠지 하시며

 

그 말씀을 듣는 난 유레카를 외쳤지요

역시 나의 어머니

오십전에 어머니와 우리 삼남매 곁을 떠나신 나의 아버지

셀수도 없는 석양을 보시며 슬프셨던 나의 어머니

하나뿐인 딸을 당신 계신곳 반대편에 보내고

핏빛 석양이 더 외로우셨을터

당신께 종일 있던 햇님을 내게 보내주시는 어머니

 

어머니

저의 정원과 골마루와 뒷뜰과 거실속에 머무르던

햇님이 이제 어머니께로 갑니다

오늘도 편안한 하루 되시고

친구분들과 산책도 하시고 맛있는 것도 드세요

다음주엔 할머니 드리라고 애들이 사준

초컬릿과 미국과자 보내드릴께요

작은 시집도 함께 보낼께요

 

저는 이제 잘 시간입니다

오늘도 하고 싶었던 일, 해야 할일들 다 마치고

포근한 잠자리에 듭니다

어떤 꿈에 누굴 만날지 모르지만

꿈으로의 여행은 늘 설레네요

어머니

제가 보내드린 햇님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
  • 와 기막힌 글 


    내머리속에 찬란하게 그려집니다. 정희씨가 어머니 감성을 타고났군요


    어머니께 간단 간단히 시를 쓰시게 하세요 


    일본 "시바다 토요' 여사 보다 훨 젊으신데 ...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436 화해 2019.12.22 19
435 9 2019.12.28 19
434 나의 아침 2020.01.09 19
433 부정맥 (5) 2016.10.10 20
432 소나기 2016.10.20 20
431 내 동생 인숙 2017.01.18 20
430 정아할머니의 딸 2017.02.17 20
429 부추씨앗3 2017.03.24 20
428 세상 2017.04.03 20
427 애팔라치안의 추억 2017.04.03 20
426 술친구 2017.04.03 20
425 또 하루1 2017.04.06 20
424 오이와 지직대 2017.04.29 20
423 행복한 분들과의 식사 2017.05.17 20
422 큰올케 2017.05.17 20
421 불만 2017.06.03 20
420 호박꽃1 2017.06.14 20
419 이유 2017.08.20 20
418 우리 다시1 2017.09.08 20
417 늦잠 2018.01.05 20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