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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달의 전쟁

송정희2020.01.17 08:49조회 수 2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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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전쟁

 

아이들이 어릴때 여름이면 남편의 휴가에 맞춰 바닷가로 휴가여행을

떠나곤했다

그해도 어느 한적한 동해안 작은포구의 캠프장으로 바리바리 물건은

챙겨 떠났었다

그때 큰딸아이는 초등학생,둘째 딸은 유치원생,아들 주환이는 아마도

서너살 때였나보다

실컷 놀고 저녁밥을 먹고 난 다음 텐트앞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가

아들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하는 말 ,"달이다"

그건 진짜 달이 아니고 곳곳에 켜지기 시작하는 가로등이었다

막 말이 많아지고 어휘량이 늘기 시작하는 아들눈에는 그 동그란 불빛이

달처럼 보였나보다

그때 큰애와 둘째가 배꼽을 쥐고 웃으며 바보라 놀리고 또 놀림을 받은

아들은 울고. 그렇게 그날밤 달의 전쟁을 겪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아들에겐 천번정도의 달이 차고 기울며

더이상 가로등이 달이 되지 않았지만

오늘 새벽 산책길에 멀리있는 가로등불빛 위에 걸려있는 달

가끔은 살면서 수없이 많은 가로등이 내겐 달이 되었었다

낯달이 히끄므리 날 보고 있어도 우린 더이상 추억속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산책을 마치고 오는 길에 어느새 가로등은 다 꺼지고

가로등빛도 달빛도 없는 하늘에 해가 떠오르고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해는

 높이 있는 구름들을 물들여 핏물을 토해내는 사골곰국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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