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15) / 송정희
공설 운동장에서 운동회를 하던 날
어머닌 빨갛고 흰색의 넓은 머리띠로
내 머리를 묶으셨지요
양쪽 눈꼬리가 일본 무사처럼 올라갈 만큼
머리를 쫑쫑 땋아 그 꼭대기에
그 머리띠를 묶으셨지요
멀리서도 날 찾기 쉬우시려고
확성기로 점심시간을 알리자마자
어머니는 날 금새 찾으시고 동생들과 함께
나무 그늘에서 점심을 먹었지요
김밥, 삶은 밤과 계란
계주에서 1등을 한 영민이는
쌔빨게진 얼굴로 사이다를 들이키고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자랑스러우셨지요
나는 꼴찌만 면하려고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너무 잘뛰는 영민이와
너무 못뛰는 나
어머니께 꼴찌로 뛰는 모습 안보여드려서
너무 너무 기쁜 운동회 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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