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14) / 송정희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안방 아랫목 벽에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었지요
그곳은 나와 내 동생들의 보물섬
문을 열면 아버지가 드시던 작은 꿀병이 계단 맨밑에 있었고
우리를 칭찬하실 때 주시던 풍선껌과 과자들이 숨겨져 있던 곳
예닐곱개의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 끝이 창문으로
멀리 구부러진 길이 보였습니다
아버지의 오래된 물건들 사진첩 예쁜그릇들 크고작은 액자들
늘 몰래 뒤져도 재미난 곳
어느 날 동그란 분첩같은 통을 열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몇겹의 한지에 꼭꼭쌓인 쌔까만 죽은 뱀이 각각 한개 씩 숨어있었죠
나는 덜덜 떨며 분첩에 다시 넣고
부리나케 나의 보물섬을 내려왔었습니다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그것은 뱀이 아니라 우리 삼남매의 탯줄이었던 걸 나중에 알았고
어머니는 내가 신우신장염으로 사년을 아프고 난 후
태워서 가루로 제게 먹이셨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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