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9) / 송정희
쉼터 오두막에 생물체 넷
세명의 인간과 한마리의 산행견
나말고 두명은 스승과 제자
캘리포니아에서 왔단다
산행견은 그 중 제자를 따라왔다
오두막에 도착하자마자 죽은 듯 누워있는 산행견에게
제자는 무언가를 먹인다
항히스타민제
벌레와 진드기가 산행견의 털속에 박혀 녀석을 가렵게 한단다
처음 만난 산행견은 우리모두에게 다정하다
사람처럼 평상에서 제자 옆에서 잔다
놈이 있어 더 든든하다
자는 듯 있어도 온갖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며
멋진 목소리로 짖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모래사장만 걸었던 제자는
5일 산행에 10개의 발톱 중 8개를 잃었다
이틀 후 집으로 갈 예정이란다
하루에 5마일씩 걷기도 힘들다며
나는 오늘 12마일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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