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함석지붕집

송정희2019.04.08 13:03조회 수 21댓글 0

    • 글자 크기

함석지붕집

 

바람이 불어 밖의 나무가 흔들리고

그 바람소리에 내 마음도 흔들리는 오전

그 옛날 함석지붕집에 살던 때

바람이 심히 부는 날엔 함석지붕이 부르르 떨었었지

두 동생과 난 무서워 악몽을 꾸고

어서 아침이 오기를 이불속에서 바랬었다

무서워하는 두 동생에게 난 말도 안되는 동화를 꾸며서 들려주고'우린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밤을 보냈다

문틈으로 찬 바람이 새어 들어오던 그때와는 달리

이제는 찬 바람대신 바람소리만 들어온다

그 함석지붕집에 함께 살던 어른들은 이제 노모만 남고 모두 돌아가셨지

이제는 헐려서 멋진 집으로 변신했다는 그 함석지붕집

여전히 내 마음속엔 궁전이고 보물창고인 그 곳

그곳에 살때 내 어머닌 흑백티비에 나오는 배우들보다 이쁘셨었다

결핵을 앓던 윗집 언니도 보고싶고

까만교복에 흰 칼라가 눈부시게 예쁘던 희숙이 언니도 보고싶다

골목서 오재미하던 정아와 정윤이도 이젠 아줌마가 되었겠네

호박넝쿨 무성하던 호병이네 담벼락

그 호박꽃술 따서 소꿉놀이도 많이했지

마당의 앵두나무에 앵두가 가득 열리면 동네 애들 다 모여

서로 따느라 집마당이 벌갰지

오늘 밤 꿈엔 그 집에 한번 가볼까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776 명지와의 수다 2018.09.27 13
775 목숨 2020.01.02 23
774 무상 2019.10.24 31
773 무제1 2019.05.09 27
772 무지개 너머에 2019.08.14 12
771 무지랭이의 2월 2019.02.02 8
770 무짱아찌 2018.08.11 15
769 문병을 다녀와서 2020.01.29 26
768 문이 닫히는 중 2018.11.26 16
767 문학회 모임 (오월 이천일십칠년)2 2017.05.08 37
766 물결처럼1 2018.07.17 15
765 물음표 2019.03.19 13
764 미국에서의 설의 풍경 2019.02.05 14
763 미니 다육이 2018.08.21 43
762 미스트 2018.08.13 16
761 미안해요 엄마 2018.10.03 8
760 밀리 할머니의 죽음 2017.05.28 22
759 바람 2016.10.20 17
758 바람소리 2019.03.06 15
757 바람의 기억 2019.08.21 21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