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수필: 내 옷장속의 가을

송정희2016.11.30 16:35조회 수 29댓글 0

    • 글자 크기

수필: 내 옷장속의 가을


살아오면서 저의 생각들은 많이도 변했어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변했고 좋아하는 색깔도 음식도 성격도 변했지요.

그런데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가을을 좋아했거든요. 

큰 도시는 아니지만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만 가면 논과 들을 볼 수 있었지요. 과수원도요.

추수를 끝낸 논을 난 참을 좋아했었습니다. 타는 듯한 단풍도 아니고 황금 이파리 같은 은행나무도 아닌, 곡식단이 작은 인디언 움막처럼 세워져있는 빈들이나 논을 나는 참 좋았어요.

조부모님도 부모님도 농사와는 무관하신 삶을 사셔서, 저는 농사에 대해 아는게 전혀 없는데도 말입니다.

곡식단 밖에 다른 것이라고는 없는 그 들판이 어느 때부터인지 내 정신세계의 큰 축이 되었었지요. 

일년동안의 수고와 고단함이 쉼의 미학으로 남는 그런 광경 

그 빈들에 서면 세상의 모든 농부들의 땀과 그들의 걱정, 희망, 행복을 느낄수가 있었지요.

듬성 듬성 서있는 곡식단 사이로 겨울이 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 미국에 산지 어언 10년이 넘었네요.

이제 고즈넉한 한국의 빈들을 보지못하지만 가을 바람이 그리운 그 향기를 지구 반바퀴를 돌아 내게 실어오네요. 

거실마루에 쏟아지는 햇살을 나는 조금 훔쳐 비어있는 내 옷장에 숨겨봅니다.

비어 있던 옷장 한 구석에서 예전에 느꼈던 빈들의 곡식단의 비릿한 향기가 납니다. 

내년 가을이 다시 올때까지 나는 그 향기를 숨겨두려고요. 

겨울. 봄. 여름. 그리고 다시 가을이 올때까지 나는 그 향기와 함께 할 것입니다.

옷장 속의 옷을 입을 때마다 나는 나의 그리운 고국의 가을과 함께 나이가 든다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도 함께 느껴보렵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76 아아1 2019.10.22 27
175 11월 1일의 새벽 2019.11.01 27
174 사돈의 안부문자 2019.11.13 27
173 걷는 이유 2019.11.29 27
172 2월이 부쳐 2020.02.02 27
171 회복 2020.02.18 27
170 오늘(2월17일) 만난 기적 2020.02.18 27
169 그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1 2017.01.07 28
168 레몬수 한잔 2017.03.03 28
167 마지막 포도의 희망1 2017.07.27 28
166 9월 문학회 월례회를 마치고 2017.09.10 28
165 어머니의 기억(1)1 2018.01.01 28
164 2월 월례회를 마치고1 2018.02.19 28
163 내가 사는 세상은 2018.10.18 28
162 가슴 서늘한 헤어짐1 2019.01.31 28
161 아쉬움 2019.07.15 28
160 영화"노인들" 2019.08.22 28
159 무상 2019.10.24 28
158 오늘의 소확행(10월24일)1 2019.10.29 28
157 발렌타인데이 카드 2020.02.14 28
이전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