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13) / 송정희
진영이네집 담 옆으로 우물이 있었어요
호병이네 집은 진영이네 맞은 편에 있었구요
온동네 여자와 아이들의 놀이터였죠
두레박으로 퍼울린 물은
여름에도 손이 시렸습니다
결핵을 앓던 얼굴이 하얀 언니도
사람들을 피해 빨래도 하고 열무도 씻어갔습니다
그 언니가 우리집을 거쳐 언니집으로 갈 때
엄마는 늘 무언가를 챙겨주셨지요
찐 감자 눌은 밥 과일
그 언니가 죽고 보건소에서 직원들이 와서
어깨에 큰 약통을 메고 집 안팍을 흰색 가루로 뒤덮은 후에야
나는 처음으로 언니집을 들어갔어요
할아버지가 동네에 반장일을 하실 때
진영이 호병이 미실이 우리 삼남매에게 그곳에 가면 안된다고 하셨거든요
우리끼리 쑥덕거렸어요
그 언니는 밤이되면 손수건 가득 피를 토해서 얼굴이 자꾸만 하얘지는거래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그 언니가 믿는 사람은 동네에서 오직 어머니 한분 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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