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이던가 나흘이던가
비가 만물을 적실 즈음
내 사지와 생각에 연결된 촉수에도 혼선이 왔다.
.
비오는 날엔
나를 잠시 쉬게 해도 좋았다.
삶에 대한 의무도 잠시 보류하고
아슬 아슬하게 유지되는 관계도 소 닭 쳐다보듯 방치하고
자식들 처세도 노심초사 버젼에서
켓세라세라 버젼으로 돌려 좋았다.
침묵과 게으름,
내려놓음으로 일관된 사흘짜리 휴가에
몸과 정신에 쉼표 세례...
오늘은 베시시 햇살이
구름을 제치고 얼굴을 내밀더니
내 촉수를 툭친다.
일상으로 돌아온 센서는
갖은 의무의 리스트를 눈앞에 내민다.
계산해야 하고
그들을 만나 딜을 해야하고
설명없이 제 길을 가고 있는 아이들의 고삐도
이리 저리 당겨야 한다.
그리웠지만 만나면 지겨워지는 햇살은
오래된 연인이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