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유(餘裕)/W. H. Davis

이한기2024.06.18 08:06조회 수 25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여유(餘裕)

                W. H. Davis

 

무슨 인생이 그럴까,

근심에 찌들어

가던 길 멈춰 서

바라볼 시간 없다면

 

양이나 젖소들처럼

나무 아래 서서

쉬엄쉬엄

바라볼 틈 없다면

 

숲속 지날 때

다람쥐들이 풀섶에

도토리 숨기는 걸

볼 시간 없다면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별이 초롱한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Leisure/ W. H. Davis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No time to stand

beneath

the boughs

And stare as long

as sheep or cows

No time to see,

when wood we

pass,

Where squirrels

hide their nuts

in grass.

No time to see,

in broad daylight,

Streams full of

stars, like skies

at night.

 

     ***감상****

 

시인이 말하듯, 우리는

가던 길 멈춰 서서

바라볼 그 잠시의 시간

조차 전혀 없는 딱한

人生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령 이 담에 그러니까,

내가 죽은 후에 

한 십년이나 아님 이십년

후까지도 그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준다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겠지만)

어쨌던 그렇다고 할 것

같으면, 나란 존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조금 더 많은 소득, 좀 더

쾌락한 환경의 주택,

남들에게 무언가 인정을

받고 싶은 공명심, 자나

깨나 오로지 내 피붙이만

안중에 있고, 밑천 안 드는

말로만 이웃을 생각하며,

어쩌다 마지못해 봉사할

때는 갖은 생색 다 내고,

남들의 불행을 위안삼아

나만의 행복을 위해 

불철주야 동분서주 하던, 

날들의 분주함

 

그런 것들을 위해 정신없이

뛰기만 했던, 내 모습은 

 

그 누군가 나를 회고한다면,

그도 혀를 차겠지

그렇게 살아서 과연

행복했느냐고

 

어느 날, 문득 초라한

가슴에 짙은 멍울이

잡힌 채 상(傷)한

영혼만 삶의 흔적으로

남기고 쓰러진다면 

그건 이미 때가

늦은지도 모를 일

 

비록, 작지만 큰 여유

속에 느린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굳이

 되뇌이지 않더라도...

 

길을 가다가 하늘 한 번

쳐다보는, 투명한 햇살

반짝이는 풍경에 젖어보는,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내 이웃들을 

진정으로 한 번 바라보는

여유조차 없었던, 나는 

놀란 듯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정말, 무슨 인생(人生)이

그럴까.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 시(詩), 그리고 무의식(無意識) 이한기 2023.10.14 145
25 시 쓰기2 Wslee 2024.02.11 147
24 작품 업로드 시켜주세요 keyjohn 2015.02.25 171
23 늑대를 아시나요?!2 Jenny 2019.04.15 178
22 "글 쓰는데 나이가 따로 있나요" 관리자 2015.02.09 187
21 못찾겠네요 석정헌 2015.03.02 190
20 나태주 시인의 강의 자료3 강화식 2022.08.04 195
19 “어쩌면 시 쓰기가 멈춰지지 않아서”…‘여든’ 나태주 시인의 봄볕같은 고백 [북적book적] 관리자 2024.06.06 198
18 홍보부장님1 keyjohn 2015.07.24 208
17 2015년 2월 정기월례회 동영상 보기 관리자 2015.02.09 225
16 양과 늑대의 평화조약 이한기 2024.04.26 242
15 시를 찾아가는 아홉 갈래 길2 배형준 2018.01.28 246
14 “어쩌면 시 쓰기가 멈춰지지 않아서”…‘여든’ 나태주 시인의 봄볕같은 고백 [북적book적] 관리자 2024.05.30 308
13 시 창작 초기에 나타나는 고쳐야 할 표현들/도종환3 배형준 2018.01.28 346
12 일본 노인들의 단시 관리자 2024.02.27 346
11 [발행인 레터] 애틀랜타문학회를 만났어요 관리자 2015.02.11 377
10 홈페이지에 대한 의견 주세요2 관리자 2015.02.12 409
9 [조선일보] 글쓰기 구성 전략 '기승전결' 관리자 2019.06.28 438
8 시학詩學 입문入門 이한기 2024.02.11 535
7 Hong씨 내외 수고! keyjohn 2015.02.11 573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