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시/정호승

이한기2024.06.09 14:03조회 수 19댓글 0

    • 글자 크기

         가시 / 정호승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가

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도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9 봄을 찾아(探春) 이한기 2024.02.22 42
308 당신이 원하신다면 - 기욤 아폴리네르- 관리자 2024.02.22 7
307 아쉽지 않은 점심 한끼 - 신 진철- 관리자 2024.02.21 25
306 Canyonlands National Park in Utah, USA, Gold Butte National Monument In Mesquite, Nevada. (Mojave Desert) 관리자 2024.02.21 22
305 꽃길의 동행 - 고천 김현성 관리자 2024.02.21 18
304 더 깊이 사랑하여라 - J 갈로- 관리자 2024.02.21 31
303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 이 해인- 관리자 2024.02.21 4
302 일본을 놀라게 한 아름다운 시 시바타 토요 - 약해 지지마- 관리자 2024.02.21 13
301 문예감성이 배출한 김봄서 시인 파키스탄 진출 관리자 2024.02.21 3
300 생과 사 - 지천 ( 支泉 ) 권명오.- 관리자 2024.02.21 7
299 USS California(BB-44) 관리자 2024.02.21 16
298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바구지꽃의 정체는? [김민철의 꽃이야기] 관리자 2024.02.21 8
297 효도孝道 이한기 2024.02.20 17
296 봄날 고천 김현성1 관리자 2024.02.20 26
295 이른 봄의 시/천양희 이한기 2024.02.20 23
294 어머니 - 용혜원- 관리자 2024.02.19 8
293 Henbit deadnettle (광대나물) 관리자 2024.02.19 16
292 '!'(계승階乘, Factorial) 이한기 2024.02.18 34
291 Sequoia(미국 삼杉나무) 이한기 2024.02.18 31
290 봄비 - 심훈 - 관리자 2024.02.18 15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