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시/정호승

이한기2024.06.09 14:03조회 수 27댓글 0

    • 글자 크기

         가시 / 정호승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가

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도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8 쑥스러운 봄 - 김병중- 관리자 2024.05.03 16
357 어머니 말씀 이한기 2024.05.12 16
356 여섯 가지 도둑 이한기 2024.05.28 16
355 제26회 재외동포 문학상 공모 … 오는 6월 30일까지 관리자 2024.05.30 16
354 『농무』의 시인 고 신경림 “어허 달구 어허 달구 한 세월 장똘뱅이로 살았구나”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관리자 2024.06.14 16
353 경제력은 군사력? 이한기 2024.06.26 16
352 마치 연꽃처럼 이한기 2024.06.25 16
351 시와 시조/김성덕 이한기 2024.06.24 16
350 질투는 나의 힘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17
349 여기있다 - 맹재범 : 한겨울 냉면집에서 시를 썼다···2024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 관리자 2024.01.15 17
348 애틀랜타문학회, 2024년 어린이글짓기 대회 연다 관리자 2024.01.17 17
347 이런 사람 저런 사람 - 이해인- 관리자 2024.01.17 17
346 [신간] 하상욱 단편시집 '서울 보통 시' 관리자 2024.01.31 17
345 하여가 - 이 방원- & 단심가 -정몽주- 관리자 2024.02.12 17
344 시인의 향기 - 이 강흥- 송원 2024.02.13 17
343 선善과 마음(心) 이한기 2024.03.05 17
342 바람과 햇살과 나 - 시바타 토요- 송원 2024.03.03 17
341 꼭 이겨야 되는 싸움 5가지 이한기 2024.03.14 17
340 휴스턴대한체육회에 왔습니다 관리자 2024.03.16 17
339 World-Okta Golf Tournament 관리자 2024.03.24 17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31다음
첨부 (0)